한국사 수업/조선시대의 회화

[혜원 신윤복] 월하밀회, 월하정인

지니쌤 동진이 2017. 3. 14. 15:18



월하밀회(月夜密會),

<한밤중 통행이 금지된 시간에 두 남녀가 은밀한 만남을 갖고 있다 남녀 접촉의 기회를 봉쇄했던 야박한 도덕의 족쇄를 뚫고 만난 두 남녀는 당시 도덕의 지층아래 완강히 자리 잡고 있던 인간의 욕망을 보여준다.>


초승달이 뜬 밤이다. 어두운 밤 만난 두 남녀는 연인인것은 분명하지만 어떤 관계인지는 알 길이 없다.

남자는 갓에 중치막을 입고 있다. 젊은 양반이다. 여자는 쓰개치마를 쓰고 있고 자주색 깃과 끝동이 달린 저고리를 입고 있다. 여자의 신분은 알 수는 없지만 꽤나 살만한 집안으로 보인다.


이 그림 한 가운데를 중심으로 해서 담이 각을 이룬다. 왼쪽으로는 기와집이 있는데 기와와 담은 연속되어 있지 않다. 그 중간에 푸른색 나무를 그려 모호하게 처리했다. 집과 담은 열결되어 있지 않으며 혜원은 이것을 의도적으로 그린 것이다.


이 그림의 시간은 밤이다. 달이 떠 있고 남자는 사방등을 들고 서 있다.


月沈沈夜三更(월침침야삼경)_달빛도 어스름 깊어 가는 밤

兩人心事兩人知(양인심사양인지)_두사람 마음은 두사람만 알겠지


그림에는 "달빛 침침한 삼경/ 두 사람의 마음은 두 사람만 알겠지"라는 글이 쓰여 있다. (삼경은 11~1시까지다. 한밤중이다. 초선시대에는 밤8시~새벽4시까지 통행금지다.) (조선시대 통행금지_초경 밤8시: 인경종 33번, 5경 새벽4시, 파루종 33번)


꼭 통행금지가 아니더라도 여성의 출입은 자유롭지 못했다. 꼭 외출을 해야한다면 종과 함께 나서는 것이 통례다. 종을 둘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하다면 모를까 이 여인은 가난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남녀는 왜 한방중에 만나고 있는 것인가? 조선시대의 연애는 자유롭지 못했다. 우리가 알 수 있는 확실한 것은 이 둘의 만남이 정상적 혹은 합법적인 관계는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부부도 아니다. 부부가 뭐가 아쉬워서 한밤중에 집밖에서 만남을 하는가? 기생도 아니다. 혜원의 그림에서 이런 기생은 없다. 좌우간 이 두 사람은 만나서는 안될 남녀가 밀회를 하고 있는 것임에 분명하다.


혜원은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중세의 족쇄를 뚫고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의 관계가 불륜이 아니라 처녀총각의 관계라 하더라도 당시 시대에서는 금기시된것이기 때문에 불법이다. 조선시대에 보면 금기를 넘는 사랑행위는 많이 있었다. 조선실록에 보면 금지된 사랑 간통행위가 허다하게 실려 있는것을 볼 수 있다. 혜원은 그 그림을 통해서 당시 인간의 욕망를 끌어내어 표현한 것은 아닐까?


월화정인(月下情人) _삼각관계

<완전한 정적에 휩싸인 한 밤중에 세 남녀가 복잡하고 내밀한 애정관계를 맺고 있다. 조선시대 그림을 통틀어 남자와 여자르 이렇게 가깝게 접촉시킨 그림은 없었다.>


<월하정인>도 한밤중 남녀의 만남을 그린 그림이다.  오른쪽에는 장옷을 입은 여인이 있고 왼쪽에는 어떤 남녀가 끌어안고 있다. 이 남자를 나장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 남자는 포도청의 장교이다. 복장이 군복이며 왼손에는 철편을 들고 있다.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 포교는 밤 거리를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을 것이다. 왼쪽의 두 사람은 특별한 사이이다.

이 그림은 포교가 순라(순찰)를 도는 장면으로 보인다. 포교가 한 여자를 안고 있고 한 여인은 훔쳐본다. 옷에서 이 둘은 신분차이가 난다. 오른쪽 여인은 저고리 깃과 고름이 모두 자주색이고 위에는 녹색 장옷까지 걸치고 있다. 저고리 끝동, 깃, 곁마기, 고름을 다른 색 천으로 꾸미는 것을 회장이라고 하고 그것을 모두 자주색으로 꾸미는 것을 삼회장이라고 하여 민간에서는 최고의 예복으로 쳤고 지위가 낮은 사람은 입지 못했다. 오른쪽 여자는 추측컨데 삼회장저고리를입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발은 갖신을 신고 있다. 이 여인의 신분은 확신할 수는 없지만 기생으로 보인다.

왼쪽 여인의 깃은 그냥 저고리 색 그대로이고, 소매끝은 남색, 고름은 자주색이다.  신발은 짚신을 신고 있다. 끝동을 남색으로 다는 것은 남편이 있단느 것이고, 주 고름은 자식이 있다는 표시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여인은 남편은 물론 자식까지 있는 여인이다. 안긴 여자는 민가의 부녀자로 보인다.


그렇다면 세 사람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안긴 사람은 포교의 아내인가? 아닐까? 그건 우리들의 상상의 몫이다.


좌우간 이 그림의 시간을 생각해 보라. 조선시대 서울의 밤은 완전한 어두움이었고 완전한 정적이었다. 모든 것이 어둠과 정적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화려한 도시의 네온사인과 자동차 소음에 익숙한 우리는 그 어두뫄 정적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밀회와 삼각관계는 시간의 어둠과 정적에 묻힌 조선시대 서울의 밤이다. 혜원은 도덕의 지층 아래 꿈틀거리고 있던 인간의 욕망을 어둠과 정적을 빌려 보여주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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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강명관, [조선풍속사3], "조선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 (서울: 푸른역사, 2010년), 69~83에서 요약및 발췌 정리한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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