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수업/조선시대의 회화

[혜원 신윤복] 이부탐춘

지니쌤 동진이 2017. 3. 15. 01:38

 

 

이부탐춘(嫠婦耽)

 

마당에서 개가 짝짓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개만 짝짓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한쪽에서 참새도 짝짓기를 하고 있다. 혜원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발상일 것이다. 

그림은 한 성인 여자와 아직 시집을 가지 않은 처녀로 보이는 여성이 소나무 앞에서 개의 짝짓기 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이 그림의 공간은 기와를 얹은 담장이 에워싸고 있는 마당이다. 그림 왼쪽에는 개구멍이 있는데 아마도 이 구멍을 통해서 개가 들어왔을 것이다.

 

계절은 봄이다. 생명의 계절이고 생식의 계절이다. 곧 봄은 생명을 잉태하는 계절인 것이다. 생명력이 충만한 봄은 어디서 왔는가? 당연히 담장 밖에서 왔다. 푸른 잎사귀  붉은 꽃이 담장을 넘어 오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담안 안은 어떠한가? 오른쪽 두 여자는 이미 꺽어져 죽어가고 있는  나무에 비스듬이 기대고 있다. 여기 돌담안은 죽어가고 있다.

 

왼쪽 여자는 흰 소복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상중인것으로 보인다. 오른쪽 여자는 삼회장저고리를 제대로 차려입고 있고 머리를 길게 땋아 댕기르 묵고 있다. 여종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삼회장저고리를 입은 것으로 봐서 소복입은 여자의 시누이일 것으로 보인다. 아직 결혼하지 않는 귀한 규슈다. 화창한 봄날 과부와 시누이는 개가 짝짓기 하는 것을 보고 있다. 두 사람의 표정은 대조적이다. 과부는 미소를 띄고 있짐나 시누이는 차갑고 무십하며 미소를 띄고 있는 과부의 허벅지를 고집는듯 하다.

 

헤원은 여기서 억압된 조선사회의 여성상을 그리고 잇다. 조선시대의 여성은 남편이 죽어도 재가할 수 없었다. 재가를 한다 해도 그 자녀와 손자가 문과 생원시 진사시에 응시할 수 없었다. 즉 벼슬길이 막히는 것이었다. 따라서 개가는 양반가의 부녀자들이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며 강요된 수절을 해야했다. 수절을 한 여성에게는 열녀라 부르며 정문을 내리는 사회적 명예가 부여되었다.

 

혜원은 조선의 가부장제가 여성을 억압하고 있는 것을 비꼬고 있는듯 하다.

-------------------------------------------------------------------------

본 글은 강명관, [조선풍속사3], "조선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 (서울: 푸른역사, 2010년), 31~51에서 요약및 발췌 정리한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