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수업/조선시대의 회화

[혜원 신윤복] 정변야화, 소년전홍, 춘의만원

지니쌤 동진이 2017. 3. 16. 11:09




정변야화(井邊夜話)_우물가에서

<한밤중에 물을 긷는 아낙들을 훔쳐보고 있는 양반의 표정과 눈길에서 음침한 기운이 느껴진다.>


두 명의 여성이 우물가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시각은 달이 떠 있는 것으로 보아 밤중이고 계절은 꽃이 피어 있는 것으로 보아 봄이다. 그리고 사방관을 쓴 남성이 이들을 훔쳐보고 있다.

한 여성은 두네박으로 물을 뜨고 있고, 한 여성은 머리에 꽈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제 곧 집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이 두 여자는 양반집 여자는 아닐 것이다. 양반집 여성이 한 밤중에 이렇게 물을 뜨러 나올리가 없다. 차림새도 양반집 여성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오른쪽 여인은 흰 민자 저고리를 입고 있다. 고름만 자주색일 뿐 다른 장식은 전혀 없다. 한밤중에 물을긷고 있다는 것과 복색으로 보아 이 여인네들은 양반가의 여종으로 생각된다.

우물은 집 밖에 있다. 그림 오른쪽에 일각대문이 있고 돌담이 있는것으로 보아 이 여인들은 이 집에서 물을 길러 나왔음을 알 수 있다.


이 그림은 음침하다. 이들을 엿보는 양반의 표정과 눈길도 음침하지 않은가? 이 양반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한밤중에 왜 젊은 아낙을 훔쳐 보고 있는걸까?


소년전흥_손목

<봄날 행세께나 하는 양반가의 젊은 서방님이 후원에서 젊은 여종의 손물을 끌고 희롱하는 모습이다. 여종의 몸은 매우 풍만하고 주변의 기물들도 춘정을 불러일으킨다.>


소년이 붉은 꽃을 자른다. 라는 뜻이다. 붉은 꽃은 당연히 젊은 여자다. 그림의 계절은 봄이다. 화제에는 이렇게 쓰여져 있다.


잎사귀 빽빽해져 푸른 빛 쌓여가자
가지마다 붉은 꽃잎 조각조각 떨구네


그림의 왼쪽과 오른쪽 하단에는 배롱나무가 뿕은 꽃을 피우고 있다. 봄이다. 봄은 일시 죽었던 천지에 다시 생명의 기운을 돌게 하는 계절이다. 그리고 배롱나무 옆에 있는 거대한 괴석이 있다. 후원을 이렇게 꾸며놓을 것으로 보아 부호가이이 분명하다.

 

여자의 손목을 쥐고 있는 젊은 남자는 상투를 틀어 올리고 사방관을 쓰고 있다. 사방관은 양반만이 쓰는 관이다. 복장으로 보아 이 사람은 결혼한 양반이다.  젊은 서방남이 앳된 여종을 희롱하고 있는 그림이다.

여자의 복색을 보라. 짚신을 신었고 저고리는 겨우 고름만 자주색이다. 양반가의 여성 혹은 기생이라면 삼회장이 기본이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여종이다. 이 여성은 아직 앳되고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손목 잡힌 여종은 부끄러워 엉덩이를 뒤로 빼고 있다.


이처럼 조선시대에는  여종을 희롱하는 일이 자주 있었다. 양반이라면 모두 도학군자이고 도덕적 금욕적 인간이라 생각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춘의만원(春意滿園)>봄날

먼저 화제를 보자.


봄빛 뜨락에 가득하니
붉은 꽃은 흐드러지게 피었구나


정말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단 말인가? 나무에는 연녹색 푸른 잎사귀가 올라오고 있을 뿐 꽃은 피지 않았다. 꽃은 어디 있는가? 꽃을 찾아 보자. 
남자는 부채를 쥐고 철릭을 입고 있다. 철릭이 중치막과 도포아 다른 점은 상의와 하의 연결부분에 주름이 있다는 것이다. 철릭은 악공이나 별감 무당등도 입었기  때문에 철릭만으로 신분을 알 수 없다. 그런데 그림속 남자는 갓을 쓰고 합죽선을 쥐고 있다. 합죽선은 양반만 휴대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 남자는 무반의 양반으로 추정할 수 있다.

 

여자는 여염집 여자이며 결혼을 한 여자처럼 보인다. 머리를 틀어 올리고 앞치마를 두르고 봄날 홀로 나물을 캐러한 것을 보면 알만하지 않겠는가? 남자는 여자의 나물 바구니에 손을 대면 싫어하련만 여자의 얼굴에는 전혀 그런 빛이 보이지 않는다. 이 둘은 어떤 관계일까?



위 세 그림에 등장하는 남자들은, 즉 여종을 음침한 눈으로 바라보거나 후원에서 손몰을 덥석 잡거나 대낮에 술을 마시고 나물 캐고 돌아오는 여자의 바구니에 손을 집어 넣은 사람들은 모두 양반이다.


혜원은 무엇을 말하고자 했던가? 혜원은 양반들의 실제 생활의 이면을 들추어 냄으로써 양반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이야기한 도덕과 배치되는 인간이었음을 비꼬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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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강명관, [조선풍속사3], "조선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 (서울: 푸른역사, 2010년), 33~67에서 요약및 발췌 정리한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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