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수업/조선시대의 회화

[혜원 신윤복] 주유청강, 연소답청, 휴기답풍

지니쌤 동진이 2017. 3. 18. 21:54



주유청강(舟遊淸江)_뱃놀이
<양반들이 기생을 데리고 선유놀음에 한창이다. 배를 타고 즐기는 모습을 재미있게 그리고 있다.>


조선시대에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좋은 계절 좋은 날 이를 즐기기 위해 놀러 나갔다. 혜원의 이 이 그림은 선유(船遊)의 광경을 그린 것이다. 이곳은 한강이다. 화제를 살펴보자.



一笛晩風聽不得(일적만풍청부득) 젓대소리 늦바람에 들을 수 없고

白驅飛下浪花前(백구비하낭화전) 백구만 물결 좇아 날아든다.



젖대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왜 그럴까? 그렇지만 바람은 불어와 시원하고 백구가 나는 강은 평화롭다.고 쓰고 있다.  


선유는 서울에서 즐기던 놀이 중 하나였다. 서울의 각종 놀이를 소개하고 있는 <한양가>를 보면 공물방(궁중이나 나라에 필요한 물자를 조달하는 상인의 모임)에서 뱃놀이를 즐겼다고 적고 있다. 아마 돈꽤나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배를 빌려서 놀이를 간다는 것은 아무날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이 공물방 사람들의 전유물은 아니었을 것이다. 돈이 좀 있는 양반이라면 누구나 이것을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이 그림은 양반들이 기생을 불러 선유놀음을 벌이는 모습이다. 그림 속에는 여자세명과 남자 다섯 명이 있다. 갓을 쓴 사람은 양반세명인데 이들이 기생 세명을 불러서 뱃놀이를 하고 있다. 왼쪽에 삿대를 들고 있는 사람은 사공이며 주안에 젖대를 불고 있는 사람은 양반집에서 데리고 있는 악노로 보인다. 양반들이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의 하나로 집안에 성비나 악노를 기르는 풍조가 있었다.


오른쪽 기생은 생황을 불고 있다. 아래에는 물결에 손을 씻는 기생과 옆에서 턱을 괴고 무언가 속삭이는 젊은이가 있다.


이중 눈길을 끄는 사람이 있는데 중간에 서 있는 남자다. 이 사람의 도포띠가 흰색이다. 보통 도포 띠는 검은색 붉은색 자주색이다. 흰색인 이유는 상중이기 때문이다. 상중에 있는 양반이 기생을 데리고 뱃놀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혜원의 의도가 무엇일까? 상중에 뱃놀이 하는 양반을 비꼬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상중에 있는 친구르 위로하기 위해서? 아~ 모르갰다.


연소답청(年少踏靑)_유산행차

<봄날 젊은 축들이 경치 좋은 산을 찾아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경치 좋은 산천을 찾아 노는 것을 유산이라한다. <유산행차>는 젊은 축들이 경치 좋은 산을 찾아가는 광경을 묘사한 그림이다. 그림의 왼편 위쪽을 보면 바위 위에 진달래 꽃이 피어있으며, 그림 오른쪽에서 두번째 말을 탄 여자의 머리 위에 진달래 꽃이 꽂혀 있는것으로 보아 봄이다.

 

그림속네는 모두 여덞명이 등장한다. 상단 맨 오른쪽에 갓과 채찍을 들고 있는 사람과 하단에 말을 끄는 젊은소년은 모두 말구종이다.
말구종 둘을 빼면 남자셋 여자셋이다. 남자 셋이 기생을 불러 봄놀이를 가는 중이다. 남자 셋은 모두 창옷을 입고 있다.


그림은 상단 쪽을 보면  흥미로운 장면이 나온다. 맨 위쪽의 말구종은 맨상투 바람에 오른손에 갓을 쥐고 있는데 이 갓은 원래 맨 오른쪽 붉은 배자를 드러낸 주인의 것이다. 양반이 말구의 벙거지를 쓰고 여자의 말구 노릇을 하고 있다. 말구는 이 사람의 갓을 들고 뒤를 따라오고 있는 것이다.


그럼 왼쪽의 여성은 손을 뻗어 젊은이가 주는 담배를 받고 있다. 기방이 아니라면 기생에게 담뱃불을 붙여 주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이지만 지금은 봄이고 아리따운 젊은 여자들과 야외로 나왔기 때문에 가능한일일 것이다.


휴기답풍(携妓踏楓)_단풍놀이

<가을날 돈 꽤나 있는 양반집 자제가 기생과 단풍놀이를 떠나고 있나보다. 담뱃대를 물고 있는 여인은 기생이며 가마를 메고 있는 가마꿈의 어깨에는 단풍이 꽂아져 있다.>


이 그림의 화제는 "낙양재자지다소" 곧 낙양의 풍류객 얼마나 되는가? 란 뜻이다. 낙양은 오랫동안 중국의 수도였으므로 여기서는 서울 즉 한양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이 그림의 계절은 당연히 가을이다. 담배를 물고 쓰개치마를 쓴 여자는 기생이다. 왼쪽 젊은이는 중치막 안에 배자를 받쳐 입고 있는데 입성으로 보아 돈깨나 있는 양반집 자제로 보인다. 가을에 소슬한 바람이 불어 갓끈이 휘날리고 갓이 기울어지는 지라 손을 갓을 잡고 있다.

여자는 뚜껑 즉 지붕이 없는 탈 것을 타고 있는데 이를 "가마바탕"이라고 한는데,  지붕이 있는 가마는 "유옥교"라고 해서 아무나 타지 못하고 양반의 부녀자만이 탈 수 있었다. "가마바탕"은 기생이나 첩이 타는 것이었다.


혜원의 풍속화가 대개 한양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역시 서울 근교의 산수를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서울의 모습을 보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물론 요즘에는 공원을 곳곳에 조성하고 있지만 빌딩 숲의 서울에서 변하고 있는 모든 계절을 즐기기애 마땅한 곳이 넉넉하지 못하는 것은 늘 아쉽다.


--------------------------------------------------------------------------------------------------

본 글은 강명관, [조선풍속사3], "조선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 (서울: 푸른역사, 2010년), 209~229에서 요약및 발췌 정리한것입니다.

-------------------------------------------------------------------------